내가 좋은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 취향이 이러하다고 말하는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중의 사랑/관심을 얻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격차가 더하다.
나는, 늘,
부끄럽게도,
괜찮은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해 왔다.
성인, 특히 20대 후반, 이 되고 나서야 든 생각은,
나는 백번 양보해서 좋은 취향을 가졌다 한들, 타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며,
(어떠한 전제를 없애고라도), 나라는 존재는 딱히 그렇게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는, 계속해서
아니에요, 제가 이렇게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저만 알고 싶지만, 동시에 제발 알아봐 주세요. 하는 열망이 있는 것 같다.
이 블로그에도 굳이 카테고리를 만들어, 되도 않는 일기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지난 추석부터 나를 덮쳐온 생각중에 하나는,
연휴가 버겁다.
회사를 안가는 건 좋은데,
이 남아도는 많은 시간이 버겁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으며, 그런 내가 너무 버겁다.
이번 연휴도 비슷했다.
차라리 일이라도 많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금요일,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을 맞이했을 때, RJ가 오늘 저녁에 송파 54shuttle에서 보자고 했다.
우리 둘다 요즘 고난 아닌 고난(?)을 겪고 있어, 이 헛헛함에 만나자는 이가 반갑고, 위로가 됐다.
막상 응하고 나니 새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소가 있었다.
성수 페이지스 @pages.grocery.bar
(1) 구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1대리님의 삶이 재밌어 보여 팔로우를 했었는데,
(2) 그 대리님의 스토리에 올라온 뮤직 바 였다. ( 참 연관 없다 ... )
괜찮아 보여 들어가 보니, 프로젝트를 같이 한적은 없지만... 왠지 멋져서(?) 기억에 남던 또 다른 2대리님의 공간인듯 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으로 봤을 때는 대충 사진만으로도 멋진 곳 같아 샘이 났던 공간인데,
막상 가서 보니, 하나 하나 신경 쓴 부분이 느껴져서 샘이 다 사그라 들고, 진심으로 멋진 공간이었다.
놀랐던 점은, 100개의 주제로 playlist가 제공되는데, 그 양과 질에 놀랐다.
주제 하나 하나 제목이 오그라들지 않고 30대 직장인의 마음을 울리고,,,ㅋㅋㅋ,,,
모르는 노래의 비중이 꾀나 커서,,
모르는 좋은 노래를 소개해주는 사람을 보면 반하게 되는 나의 최근 경험에 빗대어, 그 모르는 좋은 노래 홍수 속에
여기는 찐이다 싶었다. (그리고 반했던 최근의 내 경험을 돌아보게 되며 치유가 되기도..?)
메뉴판보다도 playlist 를 먼저 보게되어 그 경험이 확실하게 music bar 에 초첨이 맞춰져 있었고,
음식과 와인은 곁들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음식도 훌륭했고, 와인도 좋았다.
playlist 를 다시 들여다 보니 처음 50개는 pages 의 것 이엇고,
뒤의 50개는 여러 지인들의 것 이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50개의 주제로, playlist 를 가진 대단함과,
그것을 내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러웠다.
내가 느끼기 좋아하는 감정중에 하나는 부러움이다.
오랜만에 그 부러움을 가득 느낄 수 있던 장소였다.
좋은 취향이 가득하고,
그 취향을 멋지게 풀어내는
부러운 장소였다.